본문 바로가기

자료 보관소/추억 산책

고추장

나는 밥맛이 없을 때 고추장에다 밥을 비벼 먹는다.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은 언제나 좋다. 된장국이라도 함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밥상이 된다. 재문 엄마가 가져다 놓는 열무김치가 곁들여지면 천상의 밥상이 된다. 어렸을 때야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때이니 장에 밥을 비벼 먹어도 호사였다. 요즈음은 어떠한가? 재문 엄마가 말했듯이 먹을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당뇨병이란 녀석도 생겨났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음식이 또 하나 있다. 계란 볶음밥이다. 들기름을 프라이팬에 두르고 열을 잠깐 가힌 다음 밥을 얹고 나서 계란을 넣고 볶으면 맛있는 계란 볶음밥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빼 놓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마지막에 잊지 말고 소금을 뿌려야 한다. 깜빡 잊고 소금 뿌리는 것을 놓치면 나중에 소금을 넣어도 맛이 많이 떨어진다. 어렸을 때는 맛소금을 많이 넣었었다. 맛이 끝내 줬었다.

밥에 비벼 먹으면 맛있었던 것이 또 하나 있다. 콩가루. 어렸을 때는 없어서 못 먹었다. 콩가루에 비벼 밥 한 그릇을 뚝딱 비고 나서 콩가루를 더 배급 받아 한 그릇 더 비벼 먹곤 했었다. 서로 더 먹으려고 하다 보니 밥 세 그릇은 기본이었다. 뭐가 그리 맛있어서 먹어 댔는지 모르겠다.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콩에 질려서인지 재문 엄마가 가끔 해주는 콩국수도 잘 먹지 않는다.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없었던 시절이라 밥만 먹으면 고마웠던 시절이었다. 점심때는 좀 사는 녀석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었던 기억도 있다. 이제 먹을 것이 지천이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는 인스턴트식품을 사 먹고 외식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다. 식습관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좀 맛이 없어도 좀 맛이 심심해도 소박한 맛을 가진 음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만큼 음식도 너무 자극적이어 걱정이다.

'자료 보관소 > 추억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행상장  (0) 2014.07.29
베놈 트릭샷  (1) 2014.07.17
체육 선생님  (0) 2014.07.04
껌 판박이  (0) 2014.07.03
뽈차기  (0) 201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