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 호랑이
간만에 페이스북의 글을 보다가 흑백사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1975년 시험 보는 교실 모습이랍니다. 가방으로 높은 가리개를 하고 있습니다. 오래 간만에 학교 다닐 때 가방 모습을 보았습니다. 학생들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고 정신이 없습니다. 머리를 때리며 문제 풀이에 몰두하는 학생도 있고 머리를 쥐어뜯는 학생도 있습니다. 바로 뒤의 학생은 조는 건가요? 아니겠죠?
이 사진을 보면서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나의 첫 번째 컨닝 사건. 국민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은 받아쓰기 시간이었습니다. 몇 번째 문제인지 기억에 없지만 선생님이 호랑이를 쓰라고 "호랑이"하고 불러 주셨습니다. 나는 받아쓰기 공책에다 연필에 침발라 가며 자신 있게 썼습니다. "호랭이" 그런데 쓰고 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옆 짝꿍이 어떻게 썼는지 살짝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 공책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으잌~. 담임선생님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옆 짝꿍 것 컨닝하다가 선생님한테 딱 걸렸습니다. 첫 번째 컨닝이라 살짝 넘어가 주실 거란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작살나게 혼났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엄마가 학교에 오셨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컨닝하다 걸렸다고 엄마한테 얘기해서 그날 집에 가서 작신 나게 터졌습니다.
그런데 맞으면서도 왜 호랭이가 틀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호랭이가 호랑이의 충청도 사투리임을 알았습니다. 집에서 호랭이 호랭이 하기에 그것이 맞는 줄 알았습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억울합니다. 아직도 호랑이보다 호랭이가 정겹고 익숙합니다. 한 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호랭이가 되었었습니다. 먼 기억입니다. 어흐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