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선생님
체육 시간은 언제나 재미있다. 중학교 다닐 때 나도 그러했다. 수업이 시작되면 넓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재미있게 뽈을 찼다. 그때는 농구보다는 축구가 더 인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시험이 시작되기 2주 전쯤에 체육 과목 실기 시험을 보았다. 기억에 남는 실기 시험은 던져준 공을 가슴으로 볼 트래핑하는 것이었다. 내가 몇 점을 받았을까? 궁금할 거다. 당연히 실기 만점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로 단련된 몸이기에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애들이 내 솜씨에 놀랄 정도로 완벽하게 볼 프래핑을 했었다.
중학교 때 체육 시간은 공을 갖고 노는 것만이 아니었다. 가끔은 선생님이 노래도 가르쳐 주셨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노래가 있다. '이브 몽땅 게리 쿠퍼 율 브리너'로 시작하는 영화배우 이름 대기 메들리 노래였다. 몇 번 따라 부르니 금방 가사가 외워졌다. 선생님의 노래 강습이 끝나면 애들의 장기 자랑 시간이 있었다. 지금도 업으로 가수를 하고 있는 김종석이란 녀석이 으뜸이었다. 노래를 정말 잘 했다. 그 다음은 괴뢰군 한성준 차례였다. 원맨쇼 비슷한 것을 했었다. 그 뒤로 계속 이어지는 애들의 장기자랑.
장기자랑이 한참일라치면 수업 끝나는 종이 울렸다. 종소리가 어찌 그리도 야속하던지. 중학교 때 체육 선생님은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두셨다. 행동으로 똑바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셔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선생님을 잘 따르니 선생님도 나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셨다. 다니던 중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선생님을 확인하니 안 계신다. 하긴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벌써 은퇴를 하셨을 것이다. 만나 뵙고 싶은 선생님들이 몇 분 계신데 연락이 안 돼 아쉽다. 연세가 꽤들 되셨을 텐데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빈다.
대학교를 들어가며 고향을 떠나 생활하고 있으니 한참 동안 타향살이이다. 중학교 교정도 졸업 이후로 밟아보지 못한 것 같다. 시골에 내려가면 한 번 학교를 찾아가볼 생각이다. 어렸을 적 높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볼을 차던 우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와 함께 볼을 차던 체육 선생님의 모습이 아련하다.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 중에 보고 싶은 녀석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연락 되는 녀석들이 적다. 온양 내려가면 한 번 소집해서 대포 한 잔 거나하게 마셔야 겠다. 애잔하게 보고 싶어지는 친구 녀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