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속도 정도껏
얼마 동안 새우와 코리를 신경 쓰다 보니 구피 어항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모 업체로부터 레드 턱시도 하프문과 하프 블랙 레드를 분양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집에 없다. 분양 받은 개체 9마리 모두를 며칠 만에 잃었다. 컬럼나리스였다. 어어 하다가 모두 잃었다. 뭐 이런 개체를 분양 했어? 얘네 개체는 왜 꼭 말썽이지? 짜증이 났다.
이 업체에서 분양 받았던 개체들은 대개 처음에 말썽이었다. 알풀 빅도살 한 마리는 오자마자 등핀을 접고 얼마 안 있다 용궁 갔다. 블루글라스는 분양 받아 온 두 마리가 꼬리썪음병에 걸려 소금욕으로 고치느라고 한 달 넘게 엄청 고생을 했다. 이제는 레드 턱시도 하프문과 하프 블랙 레드까지 요 모양 요 꼴이 되었다. 약을 쓰는 걸 싫어해서 약욕을 안 해 줬다. 약을 구해다 약욕을 시켜 줄 걸 그랬나?
누구를 탓하겠나? 개체에 문제가 있으면 분양 안 받았어야 했다. 그 놈의 체형과 발색에 대한 욕심 때문에 매번 이 고생을 했다. 내가 병을 고치면 된다는 나의 자만심이 이 결과에 한 몫 더 했다. 기껏 아는 것이 소금욕뿐인데 내가 무슨 물고기 의사라고. 간만에 애들을 병으로 보내고 나니 허망하다. 수조 락스 처리를 하며 짜증에 짜증이 더해졌다.
"사장님, 사장님네 개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사장님네서는 그만 분양 받아야 겠습니다. 무서워서 사장님네 개체 못들이겠습니다. 이제부터 새로 분양 받는 개체에 대해 좀 더 세심히 신경 써야 겠습니다. 사장님도 그 오랜 경험으로 분양하시는 물고기를 더 철저히 관리하십시오. 그리고 고객 관리에도 좀 더 신경을 써 주세요. 두 번씩이나 재분양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문자 보냈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시네요. 제길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