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생활/물속 풍경

너는 君子냐?

열공 미남 2015. 3. 19. 12:55

 

며칠 전에 베란다에서 겨울을 난 군자란에 꽃이 폈다. 군자란 화분들 중에서 두 번째 개화였다. 인터넷으로 2천 원짜리 작은 군자란을 사다가 키워서 포기나누기로 몇 개의 군자란 화분들을 더 만들었다. 집사람이 유독 좋아하는 화초라서 정성을 드리니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추운 겨울을 지내고 꽃을 활짝 피웠다.

 

봄이 가까워지면 꽃대를 올리는 군자란의 꽃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이름에 '군자'란 말이 있어 예쁜 꽃을 기대하면 큰 낭패다. 기실 군자란은 난의 종류가 아니다. 군자란은 등치보다 큰 주황색 꽃을 불쑥 드러낸다. 어릴 적 보던 호박꽃보다 좀 더 예쁘다고나 할까? 언뜻 보면 서툰 솜씨로 만들어낸 조화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에 첫 번째로 군자란 화분에 꽃이 피었다고 집사람이 말했을 때 귀찮아서 베란다에 나가 보지 않았다. 원시성 가득한 모습에서 꽃을 피워봤자 뭐 그리 대단할까 라는 생각이 분명 마음속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베란다에서 오랜만에 화초에 물을 주다가 활짝 핀 두 번째 군자란 꽃을 보고 멈춰 섰다.

 

묘한 끌림이 있었다. 한껏 촌스럽고 마냥 허우대만 클 뿐인데, 빨갛지도 새하얗지도 않은 그저 주황색 꽃빛을 어색하게 던지는 꽃일 뿐인데. 왜일까? 생각해 봤다. 답은 흐름이었다. 한참 젊은 나이 때는 화려함이 좋았지만 이제는 자극적이지 않은 수수함이 좋다. 늦게나마 평범함의 진리를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군자란]

군자란은 '난과'와는 관계가 없다. 오래 묵어야 분열이 되어 포기나누기로 번식을 할 수 있다. 군자란은 반그늘 지며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비교적 잘 자란다. 남아프리카 원산의 다년초로 사철 푸른 긴 잎을 땅부분에서 2매씩 좌우로 전개하고 있으며 줄기는 없다. 겨울에는 온실이나 집안에 두고 보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