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내 명품 입

열공 미남 2017. 9. 13. 21:26

 

사용하는 핸드드립 포트이다. 10년 가까이 쓰는 물건이다. 마포에서 커피 용품을 도매로 파는 곳이 있었다. 오래 돼서 지금은 어디인지 기억이 없다. 창고 형태로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팔았다. 이 주전자도 만원 훨씬 밑으로 샀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쓰고도 일제인줄 몰랐다. 이 놈의 눈썰미하고는.

 

커피 원두는 마트표를 사용한다. 가끔은 이마트에서 아주 가끔은 롯데마트에서 원두를 산다. 처음에는 폼을 재느라고 가까운 원두 전문점에서 비싸게 샀다. 지금은 그만 두었다. 왜? 싼 원두나 비싼 원두나 내 입에 들어가면 똑같은 맛이 나기 때문이다. 불쌍하게도 막입이다.

 

한 번은 대학 친구가 인도네시아에서 나는 코피 루왁을 선물했다. 가장 비싼 커피 중 하나라고 했다. 호텔 커피숍에서는 한 잔에 10만원 하는 곳도 있다. 핸드드립으로 코피 루왁을 추출해서 마셔 봤다. 커피 추출 기술은 썩 괜찮은 편이다. 코피 루왁의 맛은? 마트표 커피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우째 이런 일이!

 

학원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목이 마른다. 집사람에게 원두 커피를 숭늉처럼 엷게 타 놓으라고 한다. 중간 중간에 이것을 컵에 따라 마신다. 이렇게 커피를 마신 세월이 꽤 된다. 그러니 일반 원두 커피를 마시면 엄청 진하다. 엷은 맛에 익숙하니 진한 커피 맛을 못 느낀다. 커피 맛이 너무 강해 맛을 느낄 수 없다.

 

아주 아주 예전에는 바디감 있는 커피를 참 좋아했다. 습관이 무섭다. 커피를 엷게 타고 물 대신으로 음용했으니 참 나도 대단하다. 단골 커피숍 원두가 바뀐 것까지 알아내 주인을 놀라게 했었는데 이제 막입이 되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가끔은 집사람과 함께 커피숍에 가서 예전의 명품 입을 되찾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