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 미남 2014. 7. 3. 23:45

 

판박이껌. 기억마저 아스라한 단어이다. 판박이껌에 있었던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기억에는 없다. 하지만 수없이 손톱으로 문질러 대며 껌 판박이를 종이에 새겨대던 모습은 생생하다. 한 부분이 잘 나오지 않으면 다시 붙이고 열심히 문질러 댔었다. 문지르는 작업이 다 끝나면 조심스레 판박이의 껍질을 벗겨 내었었다. 묻어 날까봐 살살 조금씩 벗겨 냈었다. 내가 썼던 초등학교 공책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을 거다.

 

껌 판박이와 함께 많이 갖고 놀던 게 하나 있었다. '간단 필름 인화기'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작은 필름에 인화지 몇 장이 재료였다. 앞면이 유리로 된 인화 틀에다 필름과 인화지를 맞춰 놓고 인화를 했다. 햇빛이 비추면 밖으로 잽싸게 나가 필름을 인화했었다. 인화되는 동안 기다릴 때의 설레임은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된다. 신기하고 재미있어 많이 갖고 놀았었다. 간단 필름 인화기가 많이 있었는데 다 어디 갔을까?

 

이름은 잊었지만 내가 좋아하던 물건이 하나 더 있었다. 카메라 모양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사진이 보이는 것이었다. 한 번씩 누르면 다음 사진들이 차례로 모습을 나타냈다. 관광지에 가면 많이 팔았었다.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면 펼쳐지는 멋진 모습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어렸을 적 내 보물 1호였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사다준 것을 모으다 보니 여러 개가 있었다.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지만 남은 것이 없다.

 

지금 애들이 가지고 노는 휴대폰 장난감에 비하면 한참은 초라하다. 하지만 어렸을 때 보물처럼 생각하며 갖고 놀았던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야단이었다. 내가 놓았던 그대로 그 자리에 있어야만 했다. 이제 세월이 지나 이름마저 희미한 것들이 되었지만 기억 속 저편에서 추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이다. 한 개라도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못 찾았다. 너희들 어디에 있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