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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열공 미남 2014. 5. 16. 16:42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들의 영정 앞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설] 무슨 낯으로 교사를 징계하려 하는가

 

교육부가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교사 43명에 대해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른바 ‘황제라면’을 먹다 온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교육부가 세월호 비극에 참담함을 못 이겨 글 한 조각 올린 교사들을 색출하겠다고 수선을 떨고 있으니 이 무슨 희극인가.

 

아마도 현행법으로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미 이 법을 들이대 시국선언을 한 교사 20여명을 해임했고, 대법원도 2년 전 교사들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선진국도 특정 정책의 지지·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은 막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유엔인권이사회가 한국 정부에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하는 보고서를 채택한 게 3년 전이다.

 

법을 떠나 상식의 눈으로 봐 보자. 교사 43명이 글을 올린 게시판은 청와대 사이트의 ‘국민소통광장’ 안에 있는 자유게시판이다. 이 게시판은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하고 참여자 상호 간에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글이 달려 있다. 징계를 하려면 위선에 찬 이 설명글부터 내려야 할 것이다. 교사 징계는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국가공무원법은 국공립대 교수에게도 해당하는데, 지금까지 국공립대 교수들이 시국선언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비극 앞에서 교사들은 가장 큰 피해자 집단이다. 가르치던 학생을 잃었고, 동료 교사를 떠나보냈다. “안내방송을 믿고 대기하라”고 한 말이 결국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다는 사실 앞에서, 많은 교사가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의심스러우면 되물어야 한다고, 부당한 지시에는 복종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다. 그런 교사들에게 징계를 얘기하는 건 이 정부가 얼마나 공감능력이 없는지 다시 한 번 보여줄 뿐이다.

 

교육부의 징계 운운은 결국 “가만있으라”고 윽박지르는 것일 게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제 더 이상 세월호의 아이들처럼 고분고분하지 않다. 51번째 스승의 날인 15일 교사 1만 5853명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강압과 통제로 교사의 입을 틀어막을 수는 없다. 정부가 계속해서 어리석은 시도를 한다면 더 큰 분노의 물결만 불러올 뿐이다.

 

한겨레  등록 : 2014.05.15 18:36